'소중함'
지난 것의 소중함을 알면
또
지나갈 것의 소중함도 느껴집니다.
일상처럼
밋밋하고 따분한 일일지라도
언젠가는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할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면
앞날도 내다보이게 될테지요.
늘
손에 잡히는 곳에 있다하여
소중함을 놓고 삽니다.
덜 소중한 것들을 찾아다니고
이에 몰두하다
불현듯 펑펑 울고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살고 있으면서도
사는게
참 서툴고
지혜롭지 못합니다.
꽃이 어여쁜 것
소나무가 어진 것
하늘이 맑은 것
물빛이 고운 것
바람이 고마운 것
이 모두
마음 안에
소중함이 있어서 입니다.
소중함
놓지않아야겠습니다.
참 할일이 많은 새봄의 주말입니다.
산으로 들로 나가자고 보채는 발길따라
꽃도 보고 새도 만나고
거품을 내며 노래하는 물소리도 듣고
내년을 기약할 녀석들이
수면을 차며 달려가는 모습들도
입에 커다란 물고기를 물고
제 솜씨를 자랑하는 수달도
두터운 이불을 밀치고 고개를 드러내는
쑥도 만나게 됩니다.
묵었던 밭을 갈아
새 희망의 씨앗도 뿌리고
거름도 내고
갖가지 꽃이야 과수 묘목도 사다심고...
그래서 겨우내 움츠리고 닫혔던 마음들도
벗어놓은 윗저고리와 함께 내려놓고
이웃간에 반가운 인삿말도 전합니다.
저수지 귀퉁이에는
반갑지않은 녀석들이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기도 하고
습한 곳에는 벌써부터 잡초들이 주인행세를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봄은 오는데
봄날은 또 저만치 달아나는 것은
앞만보고 가는 세월이라
지난봄과 올봄이 다르다는 것과
그렇게 믿어왔던 밀양의 주종목
농산물들이 대체적 경기부진으로
가격폭락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풋고추는 엄청난 양을 폐기처분하고 있으니.....
어느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으로
이끌리고 있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어느 한 종목의 주특기로는
삶을 떠받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두려움마저 드니
살아나가기 참 어렵고 어려운 세상입니다.
사느라고
정신없이 사느라고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고, 잊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짚어 봅니다.
무엇을 위해 그리 아둥바둥 설쳐왔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하나 둘씩 창밖으로 내던지며
봄맞이 대청소를 합니다.
그 당시엔 온갖 쓸모로 자릴 잡았지만
그간 눈으로만 즐기고 있었던 것들에서
귀한 대접으로 옷장만 차지하였던 옷가지들,
시간과 비용과 노력으로 공들였던 것들도
남 주기에 그렇고 내다 버리기도 애매한
가치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들이 적지않습니다.
고인이 되신 분들께서 사시던 시골집,
구석구석 재어놓으신 물건들과
장롱 속 옷가지들, 찬장을 빼곡히 채운 그릇들에서 느꼈던
주인잃은 유품들의 서글픔이 스치고지나기도 합니다.
이사를 하면서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필요와 불필요의 선택처럼
꼭 안고 지켜야할 소중함을 위해
덜 소중함을 덜어내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렵니다.